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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달의 책_하일라이트] ▶폴 투르니에 저 ▶강주헌 옮김 ▶포이에마

1940년대 초, 폴 투르니에는 성경을 통독하면서 의학, 질병, 생활 규범과 연관된 성경 구절을 모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성경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얻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성경의 풍성함과 적실성을 의학과 연결시켜나갔다. 그 결과물이 《성서와 의학 Bible et Médecine》(다산글방)이라는 책이다.

바로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하는 누이 루이즈 투르니에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투르니에는 생후 3개월 만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여섯 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기에 누이와 우애가 남달랐다. 루이즈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폴 투르니에 자신이 알고 있던 누이의 모습이 너무도 달랐다.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누이는 교회의 ‘헌신된 기둥’이었던 반면에 그가 기억하고 있는 누이는 자기와 같이 예민하며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연약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루이즈 투르니에가 실제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 왜 오늘날 사람들은 서로에게 자신을 숨기기 위해 가면, 또는 ‘가면적 인격’을 쓰는 것일까?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해 20여 년간 이 주제와 씨름한 결과물이다.

폴 투르니에는 인간의 일생이 저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거대한 연극과 같다고 보았다.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내거나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역할을 잘 수행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연극 말이다. 그렇다면 역할로 무대에 오른 ‘등장인물’과 가면 뒤의 ‘실제 인간’,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그 이면의 나는 완전히 다른가? 그렇다면 실제로 나는 누구인가? 폴 투르니에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간의 행동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대신 한 사람의 인생을 자세히 관찰하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그의 명민한 통찰력은 등장인물과 실제 인간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점을 짚어내는 대목에서 빛난다. 다양한 상담사례,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통찰, 솔직한 자기 고백, 가식을 모른 정직함으로 ‘가면’ 뒤의 참된 나를 발견하도록 인도한다. 그리고 실제 인간은 다른 사람과 하나님 앞에서 자발적으로 정식하게 자신을 공개할 용의가 있을 때 드러날 수 있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폴 투르니에는 일평생 인간을 이해하는 일에 종사했다. 때로는 상담가로 훈련을 받은 적도 없으면서 의학의 경계선을 넘어 심리치료를 시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순진하고 너무 종교적이며 너무 단순하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한 사람의 삶을 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격적인 접점, 즉 교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 삶의 의미, 실제 인간의 형성 과정, 초월적 신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과 깊이를 보여주는 이른바 폴 투르니에의 ‘인간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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