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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크시론

앞길에 펼쳐질 일들을 두려워 말자

[유크시론 148호] 발행인 이창배 목사

새해가 됐다. 지나온 2013년이 뒤로 난 등산로처럼 저멀리 가물거리는 듯 싶다. 높은산 등산이나 한 것처럼 지난해를 돌아보면,  8부능선을 넘어 정상에 오른 사람처럼 지나온 흔적들을 새삼스레 바라보며 가뿐 호흡을 고르게 된다.

힘이 들도록 등산을 했다면, 온 몸에 흐르는 땀이 식는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는 것도 등산의 재미랄 수 있다. 쉽게 오르지 못할 것 같았던 정상. 올라오면서 수없이 그대로 포기하고 내려갈까 망설여졌던 순간들을 극복했다는 뿌듯함. 스스로의 갈등을 물리쳐가면서 끝내 오르고만 정상을 밟는 기분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정상에서 야호를 마음껏 소리칠 수 있다.

이렇게 등산로에서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는 감회를 떠올리며 문득 오래 전 깊은 기억에 묻혀있던 어떤 추억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싶더니 벌써 30년 전 쯤의 일이다. 군 입대를 앞둔 나이, 20대 초반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어느 해 한 겨울의 산행에서
미술클럽의 선후배들이 겨울산행을 하자며 시작된 낭만적인 대화가 무르익게 되어 너댓명이 크리스마스를 지나자마자 모이게 됐다. 그러고보니 남자라곤 나뿐이었다. 대부분 여자선배들이다. 그 자리에서 고생이 훤할 것 같은 생각에 포기했어야 하는데, 그래도 남자라곤 한 사람뿐이라 굳이 앞세우겠다는 선배들의 등쌀에 떠밀려 할 수 없이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날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 5악 가운데 으뜸이라고 잘 알려진 운악산(雲岳山)을 향해 출발했다.

가평군과 포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운악산은 암산으로 이루어진 산으로 기암괴봉이 특징을 이룬다. 주봉인 망경대를 중심으로 우람한 바위들이 봉우리마다 솟아올라 금방이라도 하늘을 찌를 듯한 산세가 사람의 마음을 압도한다. 게다가 겨울철이라 하얀눈으로 덮인 운악산의 매력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바람에 눈꽃이 날리는 풍경은 마치 그림처럼 마음에 와닿는다.

입석대, 미륵바위, 눈습바위, 대스랩의 암봉과, 병풍바위 등 이름도 희한한 바위들이 다채로운 절경을 이루어 내는데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경치에 눈이 팔려서 진행하는 속도가 늦기만 하다. 겨울철이라 일반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그 넓은 산자락에 젊은이 너댓이 산행을 하는 것인지 인기척도 드물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서 보니 눈이 쌓여 더 이상의 길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수북히 쌓인 눈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끊어졌다. 조금 위로 보이는 산등성이만 지나면 현등사라는 절이 나오고, 그 뒤로 조금 더 오르면 정상일텐데 하는 아쉬움에 망설여지는데, 뒤에서 제대로 산행을 해보지도 못한 선배들이 부추긴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더 가보자며,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소리까지 해댄다. 그래도 이쯤에서 포기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그때는 젊음이란 패기가 충만해서 조심스레 눈길을 헤치며 산을 오르게 된 것이다.

아뿔싸, 눈으로 덮여 가려진 길을 산에서 찾는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난관이다. 약간만 경사 진 곳을 밟으면 미끄러질테고, 길이 여기쯤이려니 지레짐작으로 걸음을 옮기다보니 이미 우리는 이상한 길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그것을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뒤도 보이지 않고, 앞도 안보인다. 산의 깊숙한 곳에 들어서 있으니 멀리 산 아래자락이 안보이는 것이다. 뒤로 돌아 다시 가고 싶었지만, 비탈진 길을 다시 내려간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 이제부터는 일행들이 마음에 조바심이 나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는지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 즐겁고 기쁜 환호성과 노래는 어디로 사라지고 무거운 침묵과 가뿐 호흡, 그리고 두려움이 모두의 마음에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결단이 필요했다. 이대로 지체할 수도, 마냥 갈수도 없다. 겨울, 특히 산 중의 한낮은 짧아서 조금 있으면 어두워지지 시작할 터인데 마음이 불타듯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려면 너무 늦었다. 이 겨울 산 중에 누가 있겠는가? 더구나 산을 제대로 타보지도 않은 여자들을 이끌고 어떻게 이 난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고민은 됐고, 두려움은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내색할 수 없는 심정이 됐다.

난국을 헤쳐갈 방법을 찾아라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야 어디에고 내려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게 아닌가 싶자 그때부턴 가장 높은 곳만을 찾아 오르기 시작했다. 눈에서 뒹구르고, 빠지고, 나무에 할퀴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해가며 오르기를 한참, 어느 순간에 눈이 훤해 왔다. 시야가 확 트인 것이다. 여기가 정상은 아니라도 어느 만큼 높은 곳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드디어 산 아래가 저 멀리 내려다 보이는 곳에 당도했던 것이다.  

아, 그때의 감격이란? 이제껏 오른 길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곳은 길이 아니었다. 없는 길을 헤쳐서 도달한 것이니 그 자체가 눈쌓인 지경에서 천행이고, 기적과도 같은 일이고 보니 감격은 겉잡을 수 없었다. 마음이 약했던 어느 선배는 울음을 터뜨렸다. 고맙다 한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 아래로 난 길을 찾아야 하고, 안전하게 일행을 이끌고 가야한다. 이미 몸은 많이 지쳐있지만 지금 누가 힘들다고 할 것인가? 무엇보다 조금있으면 해가 떨어지는 어둠이 되기 전에 우리는 산아래까지 가야 하잖은가?

사명이란 이런 것인가 싶다. 망설일 여지도 없고, 후회할 시간도 없다. 목표가 보이면 무조건 가야한다. 그게 우리가 모두 사는 길이다. 난생 처음 와 본 운악산, 그리고 또 처음 당해보는 길 잃어 버린 조난, 이런저런 생각을 머리에 두고 되새길 시간이 없다. 어디론가 완만한 등성이로 난 길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자연의 이치가 참 오묘함을 이때 느꼈다. 해발 9백 미터가 넘는 산 위에서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이 그렇게 희망일 수 없다. 대부분의 눈도 남향으로는  그다지 많이 쌓이질 않았다. 햇빛이 잘드는 곳이라서이다. 거기로부터 우리는 보다 쉽게 산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인가가 보이는 마을에 거의 도착할 때 쯤, 긴장이 풀려서인지 더 이상 걸을만한 힘이 쭉 빠지는 느낌도 들었다. 좀 쉬었다 가잖다. 이미 어둑어둑 저녁이 들고 있었다. 휴! 하고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누구도 즐겁지는 않았다. 비록 산을 올랐던 곳은 어디인지 알지도 못했고, 나중에 내려온 곳은 올랐던 산의 반대쯤 되는 곳이라는 것만 알았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것도 아닌데, 그 험난한 겨울산행을 천운으로 산 하나를 훌쩍 넘어선 것이 아니던가. 지금 새삼 생각해보니, 그게 내게는 하나님의 보살피심이 아니고 뭘까싶다.

“시험을 참는 자는 복이 있도다 이것에 옳다 인정하심을 받은 후에 주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임이니라 사람이 시험을 받을 때에 내가 하나님께 시험을 받는다 하지 말찌니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을 받지도 아니하시고 친히 아무도 시험하지 아니하시느니라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야고보서 1:12-14)

그렇다. 새해를 시작하자. 앞길에 펼쳐질 일들을 두려워 말자. 그러나 한 가지 우리의 마음에 품고 있을지도 모를 이생의 자랑, 안목의 정욕은 버리자. 세상 말로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다. 준비가 됐는가? 그러면 가는 것이다. 이번 산행은 2014년이다. 12부 능선까지 넘는 것이다.

이달의 말씀: 엡5:15-21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 것을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같이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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