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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99도, 99%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99회  |

그 동안 99회 기사를 통해 297개의 주제 칼럼 |

2019년 9월호, 유럽크리스쳔 신문 “유럽에서 보는 유럽 이야기”는 99회를 맞는다. 2011년 4월 첫 원고 “시력(視力), 시각(視角), 시야(視野)”를 시작으로, 그 동안 99회 기사를 통해 297개의 주제를 다루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라고 한 노자의 말처럼 엊그제 시작한 것이 벌써 100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0회를 앞두고, 99회는 “99년, 99도, 99%란 주제로 선정했다.

99년, “인간이 기다릴 수 있는 최대의 시간”

1997년 7월 1일, 영국이 중국에게 홍콩을 반환한 역사적인 날이다. 중국은 99년이란 그 오랜 세월동안 영국에게 거의 강제로 빼앗겼던 땅, 홍콩을 되돌려 받았다. 이 날 영국의 대처 수상과 덩샤오핑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고, 중국은 향후 50년 동안 홍콩의 현행 제도를 바꾸지 않는 상태에서 한 국가 두 체제를 시행하는 이른바 “일국양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영국에게 홍콩을 비롯한 중국의 땅 일부를 강제적으로 양도하게 된 것은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에 걸친 아편전쟁에서 패함으로 맺어진 난징조약(1842)과 베이징조약(1860, 청나라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제국과 체결한 조약)에서 비롯됐다. 영국은 청나라로부터 홍차를 수입하면서 무역균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홍차와 똑같은 양의 아편을 수입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청나라가 부당한 입장을 내세우며 거부하자 영국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영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영국은 홍콩 섬을 할양받고, 광저우, 상하이 등 다섯 개 항구를 강제적으로 개항시켰다. 제 2차 아편 전쟁의 결과로 청나라는 영국에 주룽(현재 홍콩)을 내주며, 영국은 1997년 6월 말까지 99년간 통치할 것을 할양받았을 뿐 아니라 청나라의 각종 이권을 빼앗아 갔다. 또한 러시아에게는 연해주를 넘겨줌으로 러시아가 만주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프랑스는 청나라의 영토 내에서 천주교의 전파 등 포교 활동의 자유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영국이 홍콩을 99년 통치한 이후 다시 청나라에 양도한다는 협정에 따라 1997년 7월1일 예정대로 홍콩 반환이 이뤄졌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홍콩 반환을 불과 5개월 앞둔 1997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중국에서 숫자 9는 “오래 지속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9의 숫자가 두 번 반복되는 99는 “대단히 시간이 길다.”​라는 의미이다. 중국인들에게 100은 완전한 상태, 신의 숫자로 이해하는 반면, 99의 숫자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숫자로 이해되고 있다. 즉 중국이 홍콩을 영국에 99년간 양도한 것은 “인간이 기다릴 수 있는 최대의 시간”임을 의미한다.

99도, “수증기가 되지 않는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끊는다. 99도의 물이 하늘로 날 수 있는 온도는 1도이면 충분함에도 1도 차이로 하늘을 날지 못하고 바다에 호수와 강에 머물러 있다. 99도의 물과 100도의 물은 아주 적은 1도 차이 뿐이지만 액체와 기체, 그 성분(격)과 위치는 엄청나게 다르다. 이처럼 인류역사에서도 아주 사소하고 적은 것들에서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1953년, 뉴질랜드 에드먼드 힐러리(1919-2008)와 네팔의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1914-1986)가 최초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에베레스트에 대한 첫 도전은 이보다 앞선 1924년, 조지 맬러리(1886-1924)와 앤드루 어빈에 의해 시도된 적이 있었다. 조지 맬러리는 “왜 산을 오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산이 거기 있기 때문”(Because it is there)이라는 유명한 말만 남긴 채 정상, 240m 앞에서 시체가 되었다.

정상을 밟은 사람과 밟지 못한 차이는 불과 240m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세상은 정상 240m앞에서 시체가 된 맬러리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었고 그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에 비해 정상에 오른 힐러리와 노르가이는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뉴질랜드에선 에드먼드 힐러리를 “국부”라 부르고 있다. 반면 네팔인들은 그가 에베레스트를 소유한 나라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는 점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의 이름 또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추앙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그는 네팔 왕실로부터 최고의 존칭인 “텐징”이란 작위칭호를 받았다. 그는 영웅의 차원을 넘어 신격화가 될 정도이다. 어린이들이 부르는 동요에서부터 모든 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텐징이란 이름이 빠지지 않고 있으며, 교과서에도 텐징정신이 언급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른바 “텐징찬가”는 그들의 국가보다 더 널리 불리고 있다. 똑같이 에베레스트에 올랐지만,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온 자와 내려오지 못한 자의 위치와 신분은 전혀 달랐다. 8,848m(정상)와 (8,848m-240m)의 거리는 불과 240m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크다.

99%, “여전히 불완전한 숫자일 뿐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남긴 유명한 명언으로, 에디슨의 삶을 잘 요약해주는 말이다. 그의 말과 같이 에디슨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며, 수치로 표시하면 99% 이상을 노력 한 사람이다. 평생 350만 페이지(매일 1권씩 30년 동안 읽은 분량)의 책을 읽으며, 그가 소유한 메모노트만 무려 3,400권 이상 달한다. 그가 평생 연구하여 발명해서 특허를 얻은 목록은 끝이 없다. 전기, 발전소, 전구, 세탁기, 토스트기, 영사기, 에어컨, 냉장고, 등사기, 건전지, 축음기, TV, 선풍기, 라디오 1,093개에 달한다. 그는 “라이프”지가 선정한 천년역사의 100대 인물 중 선두에 추대된 바 있다.

(눅15:3-7)“잃은 양을 찾은 목자비유”에서 목자는 99마리의 양에 대한 관심보다는 잃어 버린 한 마리의 양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비율로 볼 때에 잃어 버린 양은 불과 1%밖에 되지 않지만, 목자는 99마리 양의 가치와 동등한 비중을 두고 있다. 즉, 잃어 버린 한 마리의 양의 비중을 1% 가 아닌 99%로 취급하고 있다. 어쩌면 목자가 99마리 양을 위험에 노출해 둔 채 잃어 버린 한 마리의 양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잃은 양을 찾았을 때 목자는 벗과 이웃을 모아 즐거운 잔치를 베풀었다. 어떤 종류의 잔치가 벌어졌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양의 음식이 마련된 잔치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 마리의 양이 지니고 있는 값어치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목자가 잃어 버린 양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은 결코 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바로 한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잃어 버린 한 마리 양은 99마리 양들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즉 잃어 버린 한 마리 양은 비록 1%에 불과하지만 100%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잃어 버린 양을 되찾게 되는 것은 1%를 되찾은 것이 아니라 100%가 회복되었다는 점에서 100%를 되찾은 것이 되는 것이다.

성경은 처음부터 인간이 공동체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개체와 함께 전체를 보시며 다루시고 계신다. 하나님의 우선적이고 최종적인 관심은 언제나 전체의 온전함에 있다. 이스라엘은 이것을 “샬롬”이라고 부른다. 샬롬은 공동체 전체의 평안함을 의미한다. 잃어 버린 한 마리 양은 전체 공동체의 회복과 샬롬이란 관점에서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99%는 충분한 숫자가 아니라 여전히 불안전 숫자일 뿐이다. 유럽크리스쳔 신문에 99번이나 기사화된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또한 여전히 부족할 뿐이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아홉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눅15:7)

필자: 김학우/
2070czmk@daum.net/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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