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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책

[시 해설 산책]  송광택 목사/ 출판평론가

6월의 나무에게 …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대인 소설가다. 그는 1917년 결핵 진단을 받고 1924년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서 죽었다. 그는 후두 결핵으로 죽기 전에 유작들을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가 카프카의 유작, 일기, 편지 등을 출판하여 오늘날 현대 문학사에 카프카의 이름이 남게 되었다…

6월의 나무에게

프란츠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하나님은 두 권의 책을 쓰셨는데, 하나는 성서이고 또 하나는 자연의 책이다.” 20세기 영국의 탁월한 설교자 존 스토트의 말이다. 시인들은 자연의 책을 많이 읽는다.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과 대화하고 교감한다. 카프카의 시 <6월의 나무에게>도 이러한 교감의 결과물이다.
고려 시대의 문인 이규보는 시인이 바라보는 대상이 거의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르면 시의 소재는 ‘구름과 노을의 아름다움과 달과 이슬의 정기와 벌레와 물고기의 기이함과 새와 짐승의 기괴함과 움트고 꽃 피는 초목의 천만 가지 현상이 온 천지를 장식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천지만물이 다 시인의 노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시인들이 수천년 동안 자연을 예찬하고 노래하였다.

이 시를 쓴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대인 소설가다. 그는 1917년 결핵 진단을 받고 1924년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에서 죽었다. 그는 후두 결핵으로 죽기 전에 유작들을 모두 불태워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가 카프카의 유작, 일기, 편지 등을 출판하여 오늘날 현대 문학사에 카프카의 이름이 남게 되었다.

카프카는 나무에게 말한다. “나무여, 나는 안다 /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나무는 혹한의 계절을 통과하고 묵묵히 서있다.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이제는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푸른 6월의 나무를 응시하면서 카프카는 삶을 들여다본다. 시인의 현상 뒤의 본질을 본다. 우리로 하여금 흔들리는 현실 이면의 참된 무엇을 보도록 이끄는 듯하다.

송광택 목사/
현)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현) 시포커스(cfocus.co.kr) 독서정보 고정필자 등 독서지도 전문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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