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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헬라어, 히브리어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86회

2천년 전, 로마시대의 보편적 공용어로 사용

2천 년 전 빌라도는 십자가상에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란 글자(죄패)를 히브리어와 로마어와 헬라어로 써 붙였다. 이것은 당시 세 나라 언어가 보편적인 언어였음을 보여준다. 구약성경은 약간의 아람어와 히브리어로,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되었다. 로마 시민권자 바울이 로마교회 성도들에게 로마서를 써서 보낼 때에 당시 로마제국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닌 헬라어를 사용했다.

라틴어, 죽었지만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로마제국은 두 공용어를 사용했다. 서쪽에는 라틴어, 동쪽에는 헬라어가 공용어였다. 헬라어는 현재 그리스본토와 동지중해 주변 등 일부 남아 있지만, 라틴어는 오늘날 지구상의 영토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어 죽은 언어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유럽에 있는 고전 학교들마저 개설된 라틴어 학과목을 폐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모든 강의와 학술용어는 라틴어로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1687년에 출판된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과학 혁명을 집대성한 책)를 들 수 있다. 특히 라틴어는 로마교회의 언어였고, 불가타 성경(Vulgata-라틴어로 번역한 성경)마저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라틴어 미사의 전통도 1965년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근대에 여러 나라들이 재정한 국가법 또한 로마법과 교회법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법학용어의 상당 부분이 라틴어가 채용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지식인이란 바로 라틴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뜻했다.

그렇지만 라틴어는 유럽 여러 나라들의 모체가 오늘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을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영어 또한 라틴어에서 차용한 어휘가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지만 학자들은 대략 60-70%에 달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영어단어 “Fin”으로 시작되는 대부분의 단어들은 라틴어 “fin”(끝)에서 파생되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는다. “final”(끝으로), “finally”(마침내), “finalize”(끝맺음하다.), “finale”(마지막 장식) 등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영어권에서 라틴어의 비중은 한국어에서 한자에 비유될 수 있다. 한국에서 학술적인 용어와 함축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한자를 사용하듯이 영어권에서도 함축된 어휘와 의미를 표현할 때 라틴어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freedom”(자유)과 순수 라틴어에서 파생된 “liberty”(자유)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 “freedom”은 어떤 제약이나 규제가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하나, “liberty”는 어떠한 지배나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liberty”는 다른 이들의 권리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프랑스 혁명에서 밝힌 “자유”는 영어로 “liberty”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freedom”의 여신상이 아니라 “liberty”의 여신상으로 불린다. 라틴어는 죽었지만 지금도 라틴어가 남긴 수많은 언어들 속에서 살아서 숨 쉬고 있다.

헬라어, 로마제국의 시대에 공용어가 되다.

그리스어 또는 헬라어는 약 3,500여 년에 걸쳐 기록되어 온 역사를 가진 언어로, 유럽어족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이다. 그리스 문자는 최초로 모음의 개념을 도입하여 오늘날 라틴 문자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헬라어 또한 라틴어와 마찬가지로 한 때는 세계 공용어로 자리 매김하여 하였지만 지금은 그리스를 중심으로 약 1,500만 명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는 약소 언어로 전락한 상태이다. 헬라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 것은 알렉산더 대왕(재위 BC 336-323)이 세계를 정복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알렉산더의 많은 업적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치적은 그가 정복한 모든 도시국가와 지역에 대하여 헬라문화와 언어를 정착시킨 일이다.

알렉산더의 아버지 빌립 2세는 에게 해를 따라 세워진 헬라의 도시 국가들을 연합하여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알렉산더는 20세 젊은 나이로 왕위에 올라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까지 동방정벌 전쟁뿐 아니라 이집트까지 정벌하여 새로운 헬레니즘 도시를 건설하였다. 알렉산더는 비록 짧은 생애(BC 357-323)를 살았지만 이룬 업적은 과히 전설적이라 할만하다. 특히 전쟁사에서 그가 보여준 업적은 실로 모든 사람들로부터 추앙받고 있다. “역사상 그는 최고로 생산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기존의 문명 세계를 다른 곳에 들어 올려 놓고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가 이룬 수준만큼의 업적은 다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역사가 탄(W. W. Tarn)이 알렉산더에 대하여 내린 평가이다.

로마제국이 알렉산더가 건설한 헬라제국과 그가 통치한 세계를 정복한 후에도 헬라의 문화와 예술은 여전히 로마사회에 영향을 끼쳤고, 헬라어 또한 공용어로 사용되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드로이젠의 저서 “헬레니즘사”에서는 헬레니즘 시대를 BC 334년 알렉산더의 동방원정 때부터 BC 30년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제국을 건설한 시기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로마제국이 알렉산더가 구축해 놓은 헬라문화와 언어를 포용하는 팍스로마나(평화)정책으로 인해 헬라어가 공용어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바탕위에 바울은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성경을 통해서 소아시아와 유럽지역에 복음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역사가 토인비(1889-1975)는 헬라어(복음)가 로마와 유럽에 끼친 영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바울이 싣고 간 배 안에는 유럽 문명이 있었다.”

히브리어,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언어로 선택되다.

일반적으로 인류 최초의 문자와 문명은 BC 3,500년경부터 수메르(Sumer)인들이 사용한 설형문자(쐐기 모양)와 수메르 문명으로 알려져 있다. 1년을 열두 달, 하루를 24시간으로, 한 시간을 60분으로, 1분을 60초로 나누는 60진법과 원을 360도로 나누는 것은 모두 수메르 문명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수메르문명 이후 세워진 아카드 왕조(BC 2350-2150)와 우르 왕조(BC 2150-2000) 또한 설형문자와 아카드어가 사용되었다. 히브리인이란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말한다. 즉 히브리인이란 갈대아 지방의 우르(현재의 텔 무가이어, 이라크)에서 살다가 가나안 땅(현재의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 지역)으로 이주한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을 지칭한다. 히브리어는 히브리인의 조상과 그의 후손들이 사용한 언어로, 히브리어는 히브리민족과 함께 시작된 언어이다. 이런 점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에는 히브리어보다 그가 살았던 우르에서 사용했던 언어인 아카드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창11:31) 그것은 아브라함이 부름을 받아 팔레스타인으로 가기 전에 아카드어를 사용하던 수메르인들의 수도 “우르”지역에 살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하면서 사용한 히브리어는 우르 왕조에서 사용한 아카드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약 성경은 헬라어로, 구약 성경은 히브리어와 약간의 아람어로 기록되었다. 구약성경이 이스라엘 백성이 사용하던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모세 5경을 비롯 구약 대부분과 하나님이 두 돌 판에 친히 쓰신 십계명(출31:18), 모두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히브리어는 선택받은 언어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성경이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고 하여 자긍심을 넘어 교만하게 되거나 “히브리어는 하나님의 언어이다.”라고 하여 신성시 할 이유는 없다. 모든 그리스도인을 포함 특히 히브리인은 자신의 언어로 기록한 성경을 가졌다는 특권보다는 성경을 주신 이유와 목적을 기억하는 것이 더 욱 중요하다 하겠다.(롬3:2) 바벨탑 사건 이전의 말과 언어는 단 하나(창11:1)였지만, 바벨탑 사건 이후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언어들은 하나님께서 언어를 혼잡케 하신 이후에 새롭게 생겨난 언어들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최초에 “빛이 있으라.”(창1:3)고 하신 말씀이 무슨 언어였는지, 아담과 하와와 그리고 노아와 그 가족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필자: 김학우/
2070czmk@daum.net/ 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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