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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도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때

[유크시론 197호]  이창배 발행인

2018년 3월호 사설

우리 교회들과 목회자들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 모양새를 따라서 일희일비하는 단견을 벗고, 진정으로 한 영혼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으로 작은 한 사람을 세우는 제자도를 다시금 원점에서 시작할 때이다. 정말로 한 영혼을 빛과 소금으로 세우는 제자도가 유일한 길일 것이다.

3월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나가고 있는데, 인제야 지독히 얼어붙었던 빙하에서 풀려 겨우 입만 벙긋거리고 있는 물고기 신세가 아닌가. 온몸에 기력이 없이 그저 멍한 정신상태가 며칠째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뭘 해야하는데, 집중이 안 된다. 아니 집중해야 할 그것이 무언 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정말로 어처구니없이 멍 때린 상태를 겪고 있다. 그야말로 봄 앓이다. 이렇게 봄을 맞는 것이 맞는지?
다시 또 그리 추운 날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 추운 날을 피부로 접하지 못하고 살다가, 올해는 정말로 차가운 맛을 보고 말았다. 주치의가 평창올림픽 이야기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그렇게 추운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알게 됐노라며, 그런데 너희 나라는 이상하다, 왜 그리 추운 곳에서 올림픽을 여느냐? 이런 질문을 해댔다. 선수들을 고생시킨다는 일종의 비난이었다.
하긴 그때만 해도 여기 독일은 포근한 날씨였으니,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원도 평창의 한겨울 추위가 얼마나 춥겠는가 하는 동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불과 며칠이 되질 않아서 몰아친 북극성 한파로 인해서 그만 평창 못지않을 만큼 추운 날씨를 한 주간 동안 충분히 경험하게 됐으니 이참에 할 말이 생겼다. “봐라, 이게 평창만 그런 게 아니잖아. 너희 나라인 독일도 똑같이 춥구먼, 그때 평창이 유난히 추웠던 것은 이상기온 현상 때문이라고. 평소엔 안 그랬거든. 여기처럼 말이야…”
아무튼 다행인 것은 그나마 짧게 극한의 추위가 지나간 것이다. 물론 다시 또 추위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장담할 것은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봄날이 시작된다는 것만은 어김없는 현실이다. 꽃 시샘 추위가 한차례 쓸고 지나간 것은 분명하다. 여기저기 지독한 감기몸살의 흔적이 즐비하다. 교회 식구들로 보더라도 거반이 몸살을 앓았다. 그것도 식구별로 돌아가면서 아직 고생을 겪기도 하니, 근 열흘 동안 몰아친 동장군의 위세야말로 대단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앞으로는 더욱 입술을 조심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게 됐다.

모로코 비전트립
지난 2월 초순에 하나님의 은혜로 동역자들과 함께 북아프리카 모나코, 마라케시를 4박 5일간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난생 처음 아프리카 대륙을 밟게 되는 기회라서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늘 생각만 해오던 땅이니, 사실 언제 이 땅을 밟게 되리라고는 눈곱만큼도 꿈을 꾸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함께 한 일행들이 모두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던가. 비행기의 트랩을 내려 그 땅을 밟는 순간, 할 수 있다면 땅바닥에 엎드려 키스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아프리카다운 느낌이 안 드는 게 이상했다. 공항에서나 거리에서나 어디를 가든 얼굴이 검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었다. 오히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거니는 것이나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웬만한 유럽도시 처럼 세련되게 만든 도시풍경, 자동차, 사람들이 아프리카는 이럴 것이라고 생각해온 선입견을 깨뜨려 준 것이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사실 북부지역 아프리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엄연히 그들 주류는 모슬렘 중동인이다.
아직도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도시를 며칠 동안 다녀보면서, 마치 우리 대한민국의 70년대 한창 나라의 경제가 발전되는 그때를 연상할 만큼 사람들에게 무척 에너지가 넘쳐나는 것이 느껴졌다. 활기가 있고, 무언가 하려고 하는 의지가 분명했다. 친절하고, 적극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질서 투성이인데, 그런 와중에도 질서가 잡히는 게 보인다. 참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면서 더욱 놀랍게 다가온 것은 이 나라에도 넘쳐나는 세속화 물결이었다.
마호메트의 직계 후손인 모로코 민족은 그만큼 이슬람권에서도 정통 신앙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아니 이전까지만 해도 그 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은 더는 아니다. 이미 진행된 세속화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거기에 따른 위선과 편법과 성적인 문란함과 도덕적 해이가 넘쳐난다. 종교적 가치가 무너진 후 경제가 우상이 됐다. 역시 그곳에서도 맘몬이 최고의 신이다.
우리가 본 선교적 기회는 그 자리에서 내 안에서 살아서 역사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대로 들어내는 삶 자체이다. 이 땅의 사역자들이 공통되게 고백하는 고백이 동일하다. 시간이 걸려도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으로 복음을 전할 것이라는 굳건한 의지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분명히 귀한 열매로 거두실 주님의 뜻을 믿는다.

다시 돌아보는 제자도
최근 독일에서 유학생 선교동원 행사인 유럽코스타와 코스테가 모두 마쳐졌다. 올해에는 양쪽 참석한 인원으로 보면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 할 만큼 비슷해진 양상이다. 사실 참석한 인원 숫자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 어느 집회에 더 많이 참석했다고 해서 그 집회가 더 좋다는 식의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만 이제는 이 유학생 선교동원 훈련이 얼마나 본질에 충실한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알만한 이들은 모두가 느끼는 한국교회의 위기의식은 바로 젊은이 세대에 대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한국교회 자체에서도 청년 사역이 지지부진하다. 청어람아카데미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청년 사역자 19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청년부 감소 원인을 묻는 질문에 ‘기독교 신앙이 청년들의 삶의 문제에 적절하게 응답하지 못하고 있어서’(41.03%), ‘교회의 영성 및 윤리성 하락에 대한 실망’(21.03%), ‘지나치게 바쁘고 힘든 오늘날 청년세대의 삶’(18.46%), ‘복음에 적대적인 세속적 문화’(11.79%)로 나타났다. 또한, 향후 한국교회 청년 사역에 대해서도 ‘현재 상황보다 나빠질 것이다’라는 69.23%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현재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가 15.09%, ‘잘 모르겠다’가 11.28%, ‘현재 상황보다 좋아질 것이다’가 3.59%로 조사된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청년사역 환경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조사와 전략이 없이 매년 해오던 식의 연례행사로 귀중한 시간과 물질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 개교회 차원에서 이러한 선교동원을 위해 청년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모르는 목회자는 없다.
결국, 길은 이러한 사역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데 있다. 우리 교회들과 목회자들이 눈에 보이는 가시적 모양새를 따라서 일희일비하는 단견을 벗고, 진정으로 한 영혼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으로 작은 한 사람을 세우는 제자도를 다시금 원점에서 시작할 때이다. 정말로 한 영혼을 빛과 소금으로 세우는 제자도가 유일한 길일 것이다.

이달의 말씀 ㅣ 시편 17:1-3
여호와여 정직함을 들으소서 나의 부르짖음에 주의하소서
거짓되지 않은 입술에서 나오는 내 기도에 귀를 기울이소서
나의 판단을 주 앞에서 내시며 주의 눈은 공평함을 살피소서
주께서 내 마음을 시험하시고 밤에 나를 권고하시며
나를 감찰하셨으나 흠을 찾지 못하셨으니
내가 결심하고 입으로 범죄치 아니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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