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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책

휘는 보리처럼

[시 해설 산책]  송광택 목사/ 출판평론가

휘었다 다시 일어서는 보리와 같이…

<휘는 보리처럼>은 시인의 개인사를 ‘휘는 보리’에 대입시켜 형상화한다. 시인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는 버겁고 ‘모진 바람’은 거세다. 하지만 보리처럼 꺽이지 않고 고통 속에서 일어나기로 다짐한다. 또한 시인은 그의 슬픔을 노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휘는 보리처럼/ Like Barley Bending

사라 티즈데일/ Sara Teasdale

바닷가 낮은 들/ Like barley bending
모진 바람 속에서/ In low fields by the sea,
끊임없이 노래하며/ Singing in hard wind
휘는 보리와 같이/ Ceaselessly;
휘었다 다시 일어서는/ Like barley bending
보리와 같이/ And rising again,
나도 꺾이지 않고/ So would I, unbroken,
고통에서 일어나련다./ Rise from pain;
나 또한 나직하게/ So would I softly,
온 낮과 온 밤/ Day long, night long,
내 슬픔을 노래로/ Change my sorrow
바꾸련다./ Into song.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시인 김수영의 <풀> 전문이다. 미국의 시인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 1884-1933)의 <휘는 보리처럼>을 보면 이 시를 떠올리게 된다.
김수영은 감정이 절제된 잔잔한 목소리로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다. 그는 풀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본다.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어떤 힘이리라. <풀>은 역사의 거센 폭풍우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민초의 모습을 절절히 노래한다.
사라 티즈데일는 개인적인 주제의 짧은 서정시로 주목받은 시인이다. 그의 시는 고전적 단순함과 차분한 강렬함이 특징이다. 1918년에는 <사랑의 노래>(Love Songs)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휘는 보리처럼>은 시인의 개인사를 ‘휘는 보리’에 대입시켜 형상화한다. 시인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는 버겁고 ‘모진 바람’은 거세다. 하지만 보리처럼 꺽이지 않고 고통 속에서 일어나기로 다짐한다. 또한 시인은 그의 슬픔을 노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많은 시인들이 고난 앞에 서있는 연약한 인생을 노래하였다. 그 시들은 그들 자신의 생생한 체험에서 흘러나온 시편들이다. 어찌 보면 낙심한 자의 탄식처럼 보일지 모르나, 찬찬히 음미해보면 희망의 내일을 고대하는 기대감이 행간에 채워져 있다. 살아있을 때 그 희망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시인은 이 짧은 시를 통해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나도 당신처럼 고난의 때를 지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동지로서의 연대감을 슬쩍 나타낸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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