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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앙드레 지드, T. S. 엘리엇

[유럽에서 보는 유럽이야기]  김학우 목사/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 96회  |

전쟁의 비극이 몰고 온 정신적 문제에 대한 고뇌… |

헤르만 헤세, 앙드레 지드 그리고 티 에스 엘리엇은 제 1, 2차 세계대전을 차례로 겪으면서 인류 최악의 비극이 몰고 온 정신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작품들을 통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헤세는 “유리알 유희”(1946)로,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1947)으로, 그리고 엘리엇은 “황무지”(1948)로 각각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

1899년 헤르만 헤세(Hermann Karl Hesse, 1877-1962)는 첫 시집 “낭만의 노래”를 자비로 출간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자기 인식 과정을 고찰한 작품 “데미안”(1919)과 불교의 창시자 인도의 석가모니의 생애를 소재로 한 “싯다르타”(1922)를 출간했다. 한참 후인 1943년에 출간한 “유리알 유희”는 헤세가 10여 년에 걸쳐 집필한 마지막 역작으로,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 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혼돈과 질서, 삶과 죽음, 동양과 서양, 선과 악 등 양극의 문제를 작품 속에 담았다. 1877년 독일에서 목사인 아버지와 신학자 집안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헤세는 작가가 되겠다는 본인의 의지와 달리 수도원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오듯 쫓겨나게 된다. 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1906)는 바로 우울증으로 적응하지 못한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어린 주인공 “한스”는 자신이 지고 있는 수레의 무게에 짓눌려 끝내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만다. 오늘날 청소년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입시 지옥과 같은 고된 인생을 직면할 때에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해답을 찾고 싶어 한다. 작가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다. 우리는 수레바퀴 밑에 깔린 달팽이가 아니다.”

반면에 “데미안”의 주제는 첫 문장에 나오는 명제와 해답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데미안”은 “선과 악, 빛과 어둠” 등 내면에 혼돈과 갈등의 과정을 통해 “자기 발견 혹은 탐구”를 모색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데미안”은 제 1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으로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독일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문학계에서도 선풍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데미안”은 교양과 교육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필독서로 꼽힌다. 헤세는 “말로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셋이서 갈 수 있다. 하지만 맨 마지막 한 걸음을 자기 혼자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혼돈과 갈등에서 자신을 발견하길 촉구한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과 “전원 교향곡”

“앙드레 지드”(Andre Gide, 1869-1951)는 프랑스 문학가이자 비평가 중에 거의 유일한 개신교 신자로, 그것도 종교개혁자 칼뱅의 사상에 근거한 청교도 신자에 속한다.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기독교 이원론적 세계관과 관련된 도덕과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1891년 처녀작인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로 등단했다. 아프리카 여행 후 “지상의 양식”, “배덕자” 등을 발표했다. 제 1차 세계대전 후에는 “전원 교향악”, “밀알 한 알이 죽지 않으면” 등 다수가 있다. 그는 일찍이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니체 등의 철학서와 문학서를 읽고, 로마교와 개신교의 영향을 받았다. 1947년 지드는 “좁은 문”(1909)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좁은 문”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 제롬과 알리샤의 이루지 못하는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 질 수 없었던 것은 “좁은 문”에 대한 청교도적인 엄격한 해석의 차이 때문이었다.

여주인공 알리샤는 어느 날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7:13-14)라는 목사의 설교를 들은 후 “좁은 길”을 걸으며 살기로 결심한다. 이후 제롬이 알리샤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알리샤는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거룩함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라며 청혼을 거절한다. 그녀는 세상의 육체적인 욕망을 버리는 것이 “좁은 문”을 통과하는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지드는 작품을 통해 청교도의 극단적인 종교관에 대해 비판하는 동시에 지나친 금욕은 하나님이 아닌 사람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좁은 문”이 청교도적인 종교관으로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면, “전원 교향곡”(1919)은 육체적인 욕망으로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원 교향곡”은 육체적인 소경인 소녀로 인해 정신적으로 소경이 되어 버린 어느 목사의 이야기이다. 한 목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눈먼 소녀를 데려와 말과 글, 성경을 가르쳐 주는 가운데 깊은 사랑에 빠져 들었다. 나중에 수술로 앞을 볼 수 있게 된 소녀는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고 목숨을 끊게 된다. “진실도 때로는 우리를 다치게 할 때가 있다.”라고 말한 지드는 “좁은 문”을 통해 종교적인 갈등을, 선행으로 어긋난 욕망을 포장할 수 없음을 “전원 교향곡”을 통해 말해 주고 있다.

T. S. 엘리엇의 “황무지”와 “캣츠”

“황무지”의 첫 구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티 에스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은 미국에서 엄격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으며 훗날 영국으로 귀화하여 종교도 영국 국교로 개종해 독실한 신앙인으로 일생을 마치게 된다. 그의 대표작이자 노벨문학상(1948)을 수상한 “황무지”는 총 5부작, 434 행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황무지”는 현대시의 대명사로, 모더니즘의 대표작으로 평가 될 정도로 유명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난해하다. 성경과 그리스와 로마신화, 인도의 “우파니샤드”,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희곡” 등 다양한 소재와 괴테를 비롯 35명 이상의 작가들의 생각들을 차용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황무지”는 이름과 같이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인의 정신적 황패와 절망적인 상태를 시로 표현했다. 즉 전쟁 후 삶의 목적과 의미와 생명력을 잃고 아무 것도 생산해 낼 수 없는 유럽인의 정신적 불모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황무지의 절정은 7행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황무지 거기엔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물도 없다. 그리고 거기에 사는 인간이란 것도 인간의 형체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생각도 없다.” 그런데 그런 황무지에 구약 에스겔 선지자의 예언을 덧붙임으로 황무지가 곧 유일한 피난처임을 제시하고 있다. “인자야 네 발로 일어서라 내가 네게 말하리라.”(겔2:1) 작가는 삶의 의미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 황무지가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유일한 곳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에 비해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곱힌다. 1939년 발표한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여 만든 뮤지컬(1981)이 바로 “캣츠”(Cats)이다. “캣츠”는 반항하는 고양이, 병든 고양이, 장난꾸러기 고양이 등 의인화된 고양이들의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캣츠”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출함으로 사람은 누구나 존경과 배려를 받고 싶어 하는 본성을 갖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뮤지컬 “캣츠”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진, “메모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추억이여! 홀로 달빛에 젖어서 옛 시절을 떠올려요. 그 때는 인생이 아름다웠죠.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던 시절을 기억하며, 다시 추억을 되살려요.”

필자: 김학우/
2070czmk@daum.net/스페인, 마드리드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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