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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흔들리며 걷는 길

[책_포커스]  포이에마, 12월 출간 신간도서 소개 코너

▶ 김기석 지음 ▶ 포이에마

30년 동안 한 교회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역했다. 환경과 나라와 사회를 위한 기도 또한 멈추지 않으며 달려오다 마침내 안식의 기간을 선물 받았다. 안식의 기간 동안 이탈리아,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에 있는 수도원과 교회, 미술관을 돌며 예수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좇았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기록한 40여 일간의 순례 일기이다.

이탈리아,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 프랑스 등을 다니며 수도원과 교회, 미술관 속에서 하나님과 세상과 공동체를 만났다. 물결처럼 사무치는 ‘고독’과 그분과 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침묵’, 그리고 평화를 갈망하며 건네는 ‘기도’를 벗 삼아 걸었던 순례의 날들을 잔잔하게 써내려간다. 길 위에서 누구를 만날 것인지, 어떤 삶의 풍경과 마주할 것인지, 또 영원의 중심이신 분의 마음은 어떠한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40여 일의 순례 여정.

책 속에서
오전에 로마를 떠나 성 프란체스코의 도시인 아씨시에 도착했다. 애초에 이 여정을 준비할 때 제일 먼저 염두에 두었던 도시이다. 십자군 전쟁 시기인 12세기와 13세기에 걸쳐 살았던 프란체스코는 교회가 잃어버렸던 ‘가난’의 영성을 주창하고 구현한 분이다. 본을 잃어버린 채 말에 집착하는 듯한 한국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고 온 것이다. 아씨시 아랫마을의 한 수녀원에 여장을 풀었다. 나를 맞아준 분은 내가 이곳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며 신기해했다. 문제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이는 단 한 사람뿐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염려하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믿기에. 넓은 정원이 참 아름답다. 새소리가 정겹다. 프란체스코는 새들에게도 설교했다고 들었다. 새와도 통하는데 사람하고 안 통할까 싶어 혼자 웃었다._49쪽

web1412-kimks-1예배를 마치고 가야네 교회를 둘러보고 나자 운전기사인 게보르그가 배고프지 않냐면서 자기가 아는 곳으로 안내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좋다’고 하자 그는 차를 몰아 시내의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갔다. 그의 집이었다. 그의 아내 수산나와 어머니가 반갑게 맞아주면서 생전 처음 만난 한국인이 신기한지 자꾸 쳐다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수산나는 직접 만든 전통 차와 빵, 아이스크림까지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게보르그의 어머니는 내게 아르메니아 인사말 몇 개를 가르쳐주었다. 어색한 발음을 교정 받으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멋진 환대에 마음이 흡족해진 오후였다._232쪽

떼제의 금요일 저녁 기도회는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이 가장 고대하는 시간이다. 기도회를 마칠 무렵 일부 수사들이 자리를 떠나고 나면 나머지 수사들은 화해의 교회 한 복판에 놓인 십자가를 향해 엎드린다. 우리를 위해 죽으신 주님의 은총을 가장 낮은 몸의 자세로 기억하려는 것이다. 그런 후에 은은한 찬양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소년들 8-10명 정도씩 십자가에 다가가 원을 이룬 채 이마를 십자가에 대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기도를 마친 이가 빠져나가면 그 다음에 대기하고 있는 이가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그 자리를 채운다. 교황 요한 23세는 떼제 공동체를 가리켜 ‘아름다운 봄소식’이라 불렀다. 옳은 말이다. 이곳에서 파종되는 일치와 화해와 평화의 씨가 세상 도처로 퍼져나가기를 바랐다._320쪽

예술가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땅과 일상 속에서 빛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빛을 향해 날아오르려 한다. 예수도 그러했다. 그는 로마 제국의 폭압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들 곁에 다가가 하나님나라가 도래하고 있음을 선포했다. 그 나라는 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 있다. 아픔이 있는 자리,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이 배어 있는 땅, 바로 이곳이 하늘이다. 깊이를 뒤집으면 높이가 된다. 사다리가 없다고 낙심할 것 없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낮은 곳으로 흐르다 보면 하늘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할 때이다. _352쪽

저자 소개 _김기석
문학적 깊이와 삶의 열정을 겸비한 목회자이자 문학평론가. 시,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글쓰기로 기독교 문학의 새로운 층을 열었다. 화려한 문학적 수사에만 머물지 않고 질펀한 삶의 현실에 발 딛고 서 있는 그의 글은 ‘한 시대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세계의 표면이 아닌 이면, 그 너머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30년 동안 한 교회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역했다. 또한 환경과 나라와 사회를 위한 기도도 멈추지 않았다. 긴 시간 쉬지 않고 달려오다 마침내 선물 받은 안식의 기간 동안 이탈리아,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에 있는 수도원과 교회, 미술관을 돌며 예수의 길을 살다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좆았다. 순례의 여정 동안 매일매일 올곧고 정직하게 길어 올린 기도와 생각은 글로 정제되어 일상 순례자들에게 또 하나의 사랑받는 설교가 되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마켓팅부 김새로미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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