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유크시론 > 어찌할까? 먼저 나를 돌아보자.
유크시론

어찌할까? 먼저 나를 돌아보자.

[유크시론 152호] 발행인 이창배 목사

광야 40년의 기나긴 세월을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맞닥뜨린 가나안 땅의 첫 번째 성이요 관문인 여리고성은 보기에도 놀라운 성채가 분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곳을 점령하지 않고서는 역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도 없는, 그러므로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인간적인 상상을 동원해보고, 눈씻고 살펴보아도 변변한 무기도 없는 이 백성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는 난공불락 천혜의 요새인 여리고성을 공략한다는 것은 난망(難望)한 일이다. 그런데 도저히 함락될 성 싶지 않던 여리고 성은 너무도 쉽게 그리고 어이없이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기가막힌 승리였지만, 이 백성들이 쏟아부은 노력이라고는 단지 하루에 한차례씩 제사장들로 양각나팔을 들게하고 앞장세워 성둘레를 돌아 그렇게 엿새 동안 돈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일곱째 날 그 성을 돌 때는 나팔을 불며 일곱바퀴를 돌았다. 그렇게 마지막 바퀴를 다 돌고 난 후에 나팔을 길게 불고, 온 백성이 고함을 치자마자 환상처럼 성벽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이렇게 세계 최강 요새요 철옹성이라고 자랑해 왔던 여리고성은 역사에서 허무하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여호수아를 비롯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아간이란 사람이 여리고성의 전리품 중 일부를 자기 장막 땅 속에 슬쩍 감추어두는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는 하나님이 여리고성을 무너뜨리면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신 약속을 깬 행위이다. 이백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 중에 단지 한사람 뿐이었고 그외에 다른 사람들은 그 약속을 준행했을 것이다.

사실 누가 이 은밀한 행위를 알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 백성들은 진정 모른 채 두 번째 성인 아이성을 향해 진군했다. 아이성은 어떤가? 성 인구가 12,000 명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성이다. 규모로 보아도 여리고 성의 1/10이나 될까 정말 비교가 안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성이다. 여리고의 무너짐을 목도한 뒤 그들의 인간적인 판단은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왜 그들은 먼저 자신들부터 돌아볼 생각은 안했을까?

아이성, 그 작은 성 하나 때문에
본격적인 가나안 정복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우리도 잘 아는 손자병법 모공편에“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아이성 싸움은 이런 면에서 교훈을 준다.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그 준비성이 얼마나 중요하던가를 배웠어야만 했다싶다.

여리고성을 점령할 때도 그들은 일주일 동안 성을 돌며, 마음의 준비를 갖추었을 터였다. 하나님이 하실 어떤 일에 대한 저마다의 기대와 믿음이 고조됐을 것이고 그 결과는 그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하지만 아이성 전투는 호기만 드높았지, 여전히 자신들을 돌아볼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들끓는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해보고 싶었던 심정이다. 눈 감고 싸워도 당연히 이길 것만 같았던 싸움이라 판세를 호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자인 여호수아는 직접 싸우러 가지도 않은 채 단지 군사 3천 명을 뽑아 보내며 당연한 승리를 기대했다. 그들이 승전보를 가져다 줄 것을 기다렸지만 그 결과는 36명이라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고, 3천명이나 되는 정예군대가 형편없이 도망쳐와야 하는 참패를 당하고 만 것이다.

과연 꿈에도 상상 못했을 패배였던가? 아니다. 이 싸움은 이미 그 시작부터 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그들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본모습 돌아 보았다 싶다. 이것 밖에 안 되는 자신들의 모습과 그 실상을 깨닫고 보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 허망함과 비탄에 빠진 그 모습, 드높던 자랑과 자부심이 한없이 꺽이고 만 사람들. 땅바닥까지 가라앉은 자존감, 앞을 보나 뒤를 보나 희망이 보이질 않는 심경의 표현을 여호수아 7:5절에“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된지라”라고 했다. 참 기가막힌 표현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때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이 쓰라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느냐? 묻는다.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곳에서,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에서, 이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내는데, 그것이 바로 아간의 죄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작은 미세한 부분이다. 이스라엘 백성 이백만 명 가운데 유독 한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동조해 공모했던 일도 아닌 아간이 혼자 저지른 장물 은닉죄였다. 그런데 이 때문에 온 민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되어버려야 했을만큼 엄중한 결과가 초래됐음이다.

물같이 녹아버린 마음들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호가 바다에 침몰한 것만 같은 온 국민의 비통함과 슬픔으로 가득한 작금에, 지금 우리의 심령이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음이 모두 물같이 녹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껏 자랑해오던 성공의 신화 – 보잘 것 없는 약소국가에서 유래없는 비약적 성공을 거듭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대한민국. 세계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논하고, 의료기술을 논하고, 아이티산업의 눈부신 비약에 취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새에 아간처럼 은밀히 자기의 이익만을 취하는 잘못된 부류의 인간상이 너무도 많아 보인다.

심지어 아무런 죄의식조차,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그 뻔뻔스러움이 저리도 미워보일 수 없다. 차마 미워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 부끄러운 면면으로 인해 이토록 뼈가 저리게 아프다. 어찌해야 백성들의 마음을 물같이 녹여버리는 일이 되풀이 되어 일어나지 않을까, 마음이 조급하다.

세월호, 차마 필설로 다 형언키 어려운 그 참담한 현장을 우리들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한국에 있던지, 독일에 있던지, 지구촌 그 어디에 있던지를 불문하고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그냥 눈뜨고 지켜보면서 그 아까운 생명들을, 세월호 탑승객 476명 중 사망자는 205명, 실종자는 97명(4월29일, 집계)을 속수무책으로 잃었다. 그래서 모두가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함에…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이 말 외에 적당한 다른 말이 사실 떠오르질 않는다. 곳곳에 차려진 분향소를 찾는 이들마다,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모두 울고있다. 이 눈물이 언제나 그칠 것인가?

다시 성경으로 가보자. 이렇게 부서진 마음에, 물같이 마음이 녹아진 후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아간의 죄를 드러내시며, 그 죄를 이스라엘 전체의 죄로 간주하시는 하나님의 계산법은 그 책임을 공동체 전체에 돌리시길 주저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내가 곧 하나님 백성의 전체이자 또한 그 전체는 곧 나라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보니 여호수아라고 하는 지도자의 방심은 어떤가? 리더의 자리에서권력과 성취라는 자만에 취해 사리분별력을 잃을 때, 그 백성들이 어떠한 고통에 빠져야 하는지를 생생히 겪게 하시질 않는가? 이 후에야 하나님은 아이성을 완전히 점령케 하셨음이다.

모든 일에는 그 순서가 있다. 이 작은 아이성 하나를 점령키 위해 치른 뼈저린 교훈은 매우 아팠고, 맵고, 쓰렸으나 그 열매는 달았음을 희망으로 발견케 된다. 오늘 우리는 어찌할까? 먼저 나를 돌아보자. 하나님 앞에 나를 보이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먼저 민족 앞에 교회가 자신을 돌아 보자. 하나님의 공의가 가로 막힌 것을 찾아내자. 이것이 우리가 먼저 할 일이 아니겠는가?

이달의 말씀 : 여호수아 7:2-5

여호수아가 여리고에서 사람을 벧엘 동쪽 벧아웬 곁에 있는 아이로 보내며
그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올라가서 그 땅을 정탐하라 하매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아이를 정탐하고 여호수아에게 돌아와 그에게 이르되
백성을 다 올라가게 하지 말고 이삼천명만 올라가서 아이를 치게 하소서
그들은 소수니 모든 백성을 그리로 보내어 수고롭게 하지 마소서 하므로
백성 중 삼천 명쯤 그리로 올라갔다가 아이 사람 앞에서 도망하니
아이 사람이 그들을 삼십육 명쯤 쳐 죽이고
성문 앞에서부터 스바림까지 쫓아가 내려가는 비탈에서 쳤으므로
백성의 마음이 녹아 물같이 된지라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Previous Next
Close
Test Caption
Test Description goe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