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오피니언

속죄권

[로마칼럼]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원로 |

기원 전 600여년에 시작된 작은마을 |

밀라노에서 부활주일을 함께 지내기 위해 내려온 아들 가족과 함께 아주 특별한 곳을 방문했다. 그곳을 방문하는 자들에게 바티칸 당국에서 10년 동안의 속죄권을 주는 곳이다. 로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칼카타(Calcata)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도시가 있다…

해발 2백 미터에 위치한 도시로 기원 전 600여년에 볼쉬(Volsci)족이 거주함으로 시작된 마을이다. 바위 위에 구성된 된 작은 마을로 현재 주민은 9백여 명 정도 된다고 한다.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 2천6백 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온 것은 대단하다 싶다.
사방이 구릉으로 내려앉았는데 한 가운데 둥그렇고 높이 솟은 곳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그 오랜 옛날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싶다.
마을은 아기자기하게 한 덩이로 되어 있고 길은 대부분 동굴로 연결된 동화 같은 마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과연 속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많은 세상이지 싶다.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죄를 애통하는 표정이 아니라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니 여기까지 왔으니 죄가 속죄 받는 다는 믿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거주민 보다 방문객이 훨씬 많다.
작은 마을이기에 식사 걱정을 했는데, 가보니 그곳에 식당이 얼마나 많은지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방증 같다.
작은 광장(Piazza)에 작고 소박한 교회당이 있다.
이 교회당 제단 뒤의 중앙 벽에 작은 공간을 만들었고 그곳에 예수님께서 태어나신지 팔일 만에 받으신 할례의 표피를 모셔두었다고 한다.
내가 로마에서 오래 살았고 많은 교회사에 관한 책을 보았으나 예수님께서 받으신 할례의 표피를 모셔두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와 교황 클레멘트와의 사이가 벌어져 로마를 약탈할 때 라테란 성당에 모셔두었던 이 보물을 어느 병사가 훔쳐 이곳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중세시대 성인의 뼈나 성물은 대단한 효능이 있다고 믿었는데 하물며 예수님에 대한 몸의 일부이니 그 가치는 부르는 게 값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 뒤쫓아 온 군사들에 체포 되어 옥살이를 하면서도 그 비밀을 발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마을 사람들에 의해 그 숨겨둔 성물을 찾게 되어 5백여 년 동안이 작은 교회당에 모셔두었다고 한다. 그 작은 유물로 인해 이 작은 산골 마을은 이태리에서, 아니 전 구라파에서 순례 객들이 줄지어 찾아오는 유명한 곳이 되었다.
그래서 바티칸 당국에서도 이런 중요성을 알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10년 동안의 속죄 권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성물은 또 다시 도둑을 맞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마을을 찾는다.
10년 동안의 속죄권이란 돈으로 따질 수 없기 때문이리라.
속죄 권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발상은 참으로 기발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위한 천재적 발상이라 해도 성경이 아니라고 하면 소용없다.
다만 죄책에 시달리던 자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마을 찾아올 때, 그리고 이 마을을 찬찬이 둘러보고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육신을 입고 오셨다는 사실을 믿는 다면 그것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큰 선물이 되겠다 싶다.
감사하게도 나는 10년의 속죄권이 아니라 영원한 사죄의 은총을 받았다.
하나님 주신 믿음의 선물로!
이곳 칼카타를 방문하여 사죄의 은총을 다시 한 번 깊이 감사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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