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오리라
[그림이 있는 말씀일기] 손교훈 목사 글, 아들 손민해 그림/ 11회
본문말씀 : 하박국 2장
이 묵시는, 정한 때가 되어야 이루어진다. 끝이 곧 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공연한 말이 아니니, 비록 더디더라도 그 때를 기다려라. 반드시 오고야 만다. 늦어지지 않을 것이다 (3, 새번역).
하박국서 전체 세 장 속에 하박국의 기도는 크게 세 차례에 걸쳐 계속 된다. 그것은 그가 충분히 그리고 끈질기게 기도했다는 뜻이다. 그는 망루를 지키며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의 마음으로 간절히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겠다(1)고 했다.
하박국의 정직함과 간절함 그 끝에 하나님의 응답이 주어졌다. 하나님은 하박국에게 당신의 묵시를 판에 똑똑히 새겨서 달려가는 자도 잘 볼 수 있도록 하라는 과제를 주셨다(2). 4절 이하에서 19절 까지는 불의한 자들의 실상을 낱낱이 지적하신다. 그렇다. 하나님은 다 보고 계신 것이다.
그리고, 끝은 있다는 것이다. 가라지가 마침내는 단에 묶여 불타게 된다는 것이다(마13장). 비록 더디더라도 그 날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이다(3). 거룩한 성전에 계신 하나님은 온 세상, 이 역사의 주인으로서 그 한복판에 살아 계시다는 위엄 있는 말씀이다: “나 주가 거룩한 성전에 있다. 온 땅은 내 앞에서 잠잠하여라”(20, 새번역).
짧은 하박국서가 얼마나 깊이 있고 힘이 있는지 모른다. 하나님과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서로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불합리와 모순 속에서 사실상 더 깊고 큰 진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욥기가 실존 분야의 장편 베스트라면, ‘하박국’은 사회 분야 단편 베스트일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구가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에 나와 있다며 사진 몇 장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언제부턴가 만나기만 하면 ‘우리 살아 생전에 그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며 한 숨 짓던 친구에게 생기가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광장에는 친구와 같은 마음이었던 수 많은 대한민국의 하박국들이 한편 분노와 또 한편 새 역사를 향한 희망의 함성으로 타오르고 있다. 비록 나 거기 있지 못해도, 유럽의 하박국으로 함께 메아리 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3b).